‘형은 빗방울 같아요. 젖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틈에 보면 흠뻑 젖어있게 만드는.’세로로 긴 창, 하늘거리는 얇은 커튼, 밤을 닮은 그랜드피아노, 그리고 ... 달의 눈물w. 애환 눈을 떴다. 여즉 세상을 점령한 밤이 물러나지 않아 주변이 어둑했다. 홀로 눕기엔 넓은 침대에서 일어나 누웠던 흔적 없이 깨끗한 반대편 끝을 바라보았다. 일어난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포기하고 달빛을 받아 하얗게 번지는 문을 열어 거실로 나서면, 커튼 한 조각 걸려있지 않아 달빛을 온 몸으로 받고 있는 피아노가 보였다. 누군가의 취향에 따라 새하얀 빛을 발하는 그랜드피아노. 그 위에는 취향의 주인이 미소 지으며 앉아 있었다. 새하얀 액자 속 익숙한 미소. 피아노에 앉아 그 미소를 바라보자니 미소는 점차 다른 사람..
1. 하얀 붕대가 감긴 손을 천천히 쥐었다가 풀었다. 찢겨진 손바닥이 아파오는 것 같아 미간이 찌푸려졌다. 기기 오작동으로 인해 길게 뽑혀나오던 바늘은 전원이 꺼진 것으로 착각하고 뻗어진 원식의 손을 깊게도 찔러댔다. 제 몸 곳곳에 타투가 있고 직접 새긴 전적도 있어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려 했다. 피까지 흐르는 손을 본 홍빈에 의해 응급실에 떠밀려 오기 직전까지 손수건으로 대충 지혈하고 있던 중이었으니. 상처난 손이 왼손이라 작업에 지장이 없는 것과 오작동이 잦은 기기라 잉크가 삽입되어 있지 않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기며 원식은 붕대로 인해 두툼해진 손을 바지주머니에 욱여넣는 것을 포기했다. 항생제와 연고를 처방받고 긴다리를 휘적이는 원식은 시끄러운 응급실 한 편 홀로 고요한 침대 옆에서 발걸음..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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