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레이터 진동을 끝까지 올렸다. 흐으... 습관처럼 숨소리와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별 다른 감흥은 없었다. 열심히 택운의 손길을 떠올리며 앞을 흔들었다. 내벽을 긁는 손가락을 생각하며 허리를 틀어 바이브레이터의 진동이 그 부분에 닿도록 했다. "으응, 선생님....아아..." 쥐어짜내듯 파정을 하고 침대에 널부러지듯 몸을 뉘였다. 하악하악 숨을 내쉬는 표정이 영 탐탁치못했다. "힝...선생님..." 택운이 만져주던 곳을 아무리 따라 문질러도 그때 그 감각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잔뇨감은 확실히 사라졌다. 문제는 함께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뭐라해야하지...감각? 책상에 엎어진 재환이 머리를 잔뜩 헝클었다. 옆에 앉아 폰게임이나 뿅뿅대던 홍빈이 손가락을 세워 재환의 동그란 정수리를 찔렀다. ..
로비에 앉은 재환은 하얀 벽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앞을 잡고 흔들던 택운의 손길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도 오늘 밤부터는 선생님 손 상상하면서 하면 더 좋겠다 따위의 생각을 하느라 재환의 표정은 시시각각 바뀌었다."이재환님?"초점이 돌아온 눈 앞에 간호사의 떨떠름한 얼굴이 비춰졌다. 네에? 벌떡 몸을 일으킨 재환은 간호사의 안내를 따라 다시 진료실로 들어섰다."아, 재환씨. 들어와요. 검사해봤는데 염증은 없네요, 다행히."재환을 맞이하는 택운의 표정이 묘하게 밝았다. 내가 전립선염이 아니라는 게 선생님도 다행인건가... 선생님, 잘생긴 만큼 마음도 착하셔8ㄴ8"그런데, 전립선이 좀 부었나봐요.""에...? 그... 그게 붓기도 해요?""당연하죠. 그것도 근육같은 건데.""그럼 어떻게 ..
접수대 앞에 선 재환은 오늘 당당했다. 정말로 몸이 불편해서 온 것이니 접수도 당당히! 진료도 당당히! 그러나 말을 거는 간호사의 얼굴을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어요?"이 전에 치질이라 적어냈던 간호사였다. 재환은 턱을 당겨 숙이고 눈을 세모꼴로 뜨며 간호사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간호사의 무심한 시선은 모니터에 박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자꾸 화장실 가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소심한 복수마저도 실패다. 눈만 아프게... 눈을 두어번 깜빡이며 고쳐 뜬 재환이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말에 소파로 쭐래쭐래 걸어가 앉았다. 선생님 손가락을 떠올리고 있는데 이름이 불렸다. 파드득 놀래는 재환을 이상하게 바라보곤 등을 돌려 진료실로 먼저 들어가는 간호사의 뒤에서 재환은 검지를 휙휙 ..
방 안에 오도카니 앉은 재환은 바이브레이터를 보았다. 뒤를 헤집던 택운의 손가락이 떠올랐다. 스트링을 찾기 위해서지만 에널을 마구 휘젓던 굵은 손가락. 절로 붉어지는 뺨을 감싸쥐며 재환은 제 머리를 벽에 마구 박았다."이재환 미쳤어! 너 진짜 돌은거야! 어떻게 의사선생님한테!!!!!"볼만큼 빨개진 이마에 문득 머리를 멈추었다. 달래듯이 엉덩이를 톡톡 두들기던 손이며, 괜찮아요- 라 말하던 에쁜 미성이며, 그리고 은근하게 전립선을 스치던 손. 없던 손 패티쉬도 생길 것만 같았다. 재환은 두 번 다시 뒤에 꽂지 않겠다 다짐했던 바이브레이터를 집어들었다. 처음이 어려웠지 두번은 쉬웠다. 재환은 오일로 적신 바이브레이터를 에널에 가져갔다. 천천히 밀어넣고 전원을 켰다. 혹여 또 깊이 들어가버릴까 스트링을 놓지는..
접수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우물쭈물하는 재환을 답답하다는 듯 바라보던 간호사는 '앞이에요, 뒤에요?' 라 물었다. 'ㄷ,뒤요...?'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말에 대강 답을 하니 무언가를 써갈긴 간호사는 '앉아서 기다리세요.' 라 말하며 뒤돌아섰다. 힝... 간호사누나... 저 못 앉아여...어정쩡하게 서서 물을 마시고 음소거된 티비 화면을 보는 척 하다 이름이 불려 간호사를 따라 걸었다. 나무문이 지옥문처럼 열리고 하얀 진료실 안,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온통 하얀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비뇨기과 전문의 정택운. 은빛 철제 명패를 읽고 눈을 들다 날카로운 눈매와 마주쳐 어깨를 흠칫 떨었다."앉아요."씨, 어딜 가나 앉으란다. 앉으며 신음 나올 것 같은데.우물쭈물 하고 서 있으니 픽..
가을비가 내린다. 뜨거웠던 여름날을 식히는 차가운 비가 반가워 택운은 테라스에 앉아 차양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뜨거운 커피를 쥔 손의 온도가 빗물에 의해 떨어지고 손이 흠뻑 젖고나서야 손을 내렸다. 유독 비를 싫어하던 아이가 있었다. 습관처럼 흘리는 미소와 생기가 거짓인 양 비내리는 창가 앞에선 가라앉던 아이. 그 날도 택운의 손은 오늘처럼 흠뻑 젖었었다. 창 밖의 빗물에 의해서가 아닌 아이의 뺨에 흐르는 비에 의해서. 재환은 좀처럼 우는 법이 없었다. 표정이 전부 지워진 그 얼굴이 그림처럼 가라앉을 때마저도 재환의 두 눈은 물기를 보이지 않았다. 그 눈을 가만 들여다보면 어느새 택운이 좋아하는 모양으로 휘어지며 웃음을 내비쳤기에 택운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개업했을..
시끌벅적한 소리를 내며 아이들이 한차례 물러나고, 교실 뒷정리를 하던 주번 녀석까지 나가고 나자 교실을 가득 채운 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붉은 노을 뿐이었다. 텅 빈 운동장을 내려다 보다 손에 쥔 휴대폰을 물끄러미 본 재환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기다려’짤막한 문자는 어디서 몇 시까지 기다리라는 지를 설명하고 있지 않았지만 재환의 발을 묶어 두기엔 충분했다. 그 발신자가 정택운이라는 것만으로.“그냥 갈까…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문자메세지를 화면에 띄웠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재환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잘 교육된 한 마리의 개 처럼 택운의 말 한마디에 꼼짝도 않고 기다리는 자신이라니. 슬슬 고개를 드는 자기혐오에 재환은 부러 큰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부산스레 가방을 메고 교실문을 박차고 나서..
부산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반쯤 떠진 눈을 부벼 잠을 떨치며 거실로 나서니 출근 준비에 한창인 택운이 보였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택운이 슬몃 돌린 고개 너머로 시선만 흘깃 던졌다. 시선은 곧 가방에 차곡차곡 넣어지는 서류더미로 향했다."오늘은 더 일찍 나가네?""응. 새로 들어 온 일이 있어서 거래처 회사로 가봐야 해.""으응..."시선 한 줌 주지 않는 택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비뚤어진 넥타이로 시선을 옮겼다. 습관적으로 그 넥타이로 손을 뻗었지만 손의 의도를 깨달은 택운이 스스로 넥타이를 고치는 바람에 손은 허공에 멈추었다."오늘 늦어.""응. 고생해."어깨를 스쳐 지나간 택운이 큰 소리로 문을 닫고 나서고 구둣발 소리까지 아련히 멀어지자 재환은 허공에 뜬 채로 머물러있던 손을 내렸다. 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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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한번 해보면 진짜 상상도 못할 정도로 좋대.' 귀에 입술을 붙여 낮게 속삭이던 학연의 목소리가 생각나 재환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손에 든 바이브레이터도, 오일도, 성정체성을 깨달은 후에도 동성 간의 연애라던가 섹스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재환을 위한 학연의 선물이었다. 말끔히 샤워를 하고 옷까지 착착 개어놓고 침대에 앉은 재환은 사뭇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평소 좋아하는 언더래퍼 라비의 상탈 사진까지 인화해서 앞에 세워두었다. 상상하면서 하면 더 좋다길래....생각보다 커보이는 바이브레이터에 재환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일을 쭉 짜 손가락에 발랐다. 엎드려서 손을 뒤로 돌려 에널 주변을 만져보았다. 저조차 처음 만져보는 제 구멍에 다른 이의 손이 닿을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부끄러워 에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