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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켄] TAKE MY HAND

愛煥 2017. 9. 30. 23:00

번쩍 두 눈이 뜨였다. 또다. 거리에 맨발로 선 재환은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잠옷바람으로 찬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떨리는 어깨를 끌어안고 발걸음을 돌렸다. 커다랗게 뜨여진 두 눈에 눈물이 차 올랐다.

무서워…”

방울방울 더해지던 눈물을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뺨을 따라 떨어졌다.

 


TAKE MY HAND

w. 愛煥

 

상혁은 손에 쥔 차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재환. 25. 수면보행증. 딱딱한 글자를 읽어보고 눈 앞에 앉은 남자에게로 눈을 돌렸다. 잠을 자지 못해 푸석해진 피부와 두려움으로 가득 찬 커다란 눈. 손등을 덮는 소매를 죽죽 잡아 늘리며 상혁을 바로 쳐다보지 못해 바쁘게 눈을 굴리는 이는 불안해 보였다.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 지는 얼마나 됐어요?”

? 한 두 세 달쯤…”

혹시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고가 났었다든가…”

아니요.”

불안하게 흔들리던 음성은 부정을 할 때에 단단히 굳어졌다. 딱딱해진 입가를 바라보는 상혁의 두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일단 증상 완화 시켜주는 약물 처방해드릴게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침실에 되도록이면 깨질 만한 거 두지 마시구요.”

네에…”

꾸벅 인사를 한 재환이 진료실을 나섰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니트 위로도 마른 몸이 그려졌다. 곧 부러질 것 같다 여기면서도 상혁은 금방 재환을 잊었다. 정신과에는 재환처럼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 십, 수 백 명씩 몰려들곤 했다.

 

집으로 돌아온 재환은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삼켰다. 모든 가구를 치워 침대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침실에 덩그러니 앉아 새카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약을 삼켜도 두려워 자꾸만 속이 울렁였다. 웅크리고 앉아 무거운 눈꺼풀과 싸웠다. 불안한 시선 끝에 바닥에 허물처럼 벗어진 옷가지가 보였다. 바지에 걸린 검은 가죽. 벨트. 기어가듯 다가가 벨트를 들었다. 입술을 꼭꼭 씹어 대다가 제 팔을 스스로 옮아 맸다. 제발, 잠에 못 이겨 쓰러져 잠들었다 눈을 뜨면 하얀 제 방의 천장이 보이길. 오늘만큼은 제발.

 

-

 

오랜만의 오프에 상혁은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외과나 내과, 응급실만큼 바쁜 것은 아니었지만 넘치는 욕심 때문에 상혁은 병원을 잘 떠나지 않았기에 집으로 가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 마저도 연구실에 남아있다 새벽 늦게 향하는 길이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차도 사람도 없는 길을 걸었다. 그때 상혁의 눈에 누군가가 걸렸다. 새하얀 옷은 말이 봄이지 차가운 3월의 날씨와는 동떨어진 옷차림이었다. 조심스럽게 발을 돌려 도로 한 가운데서 흔들리는 인영에게로 다가갔다.

저기요-“

느릿하게 고개가 돌아갔다. 창백하리 만치 하얀 얼굴에 푹 꺼진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나며 상혁을 바라보았다. 서늘한 시선과 묘한 기시감에 소름이 돋으려는 찰나 눈이 느릿하게 감겼다. 쓰러질 듯 휘청이는 몸에 두 손을 다급히 뻗었다. 그러나 곧 두 눈이 번쩍 뜨이고 남자는 다시 제 두 발로 섰다. 눈을 감기 전과는 다른 눈. 두어 번 깜빡이던 두 눈이 공포로 가득차고 이내 눈물이 고였다.

…”

빨갛게 언 발과 손을 하고선 덜덜 떠는 남자를 보다 문득 깨달았다. 언젠가 병원에 찾아왔었던 사람이었다. 이름이이재환. 한참을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하다 머리속을 스치는 이름에 굳힌 미간을 풀었다.

괜찮아요?”

정신이 없어 보이는 재환에게 겉옷을 벗어 걸쳐주었다. 그제야 재환의 눈이 상혁의 얼굴로 향하고 당혹감에 물들었다.

저 만난 적 있죠? 병원에서…”

병원에서.. 란 설명을 붙이자 기억이 나는 모양인지 재환이 긴장했던 어깨를 조금 풀어냈다. 발을 꼼질거리기에 내려다보았다. 눈을 드니 상기된 두 뺨과 바쁘게 굴러가는 눈. 귀여운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재환의 앞에 등을 돌려 앉았다.

업혀요. 데려다줄게요. 그러고 집 가면 동상 걸리겠다.”

주춤거리는 재환을 달래고 어르고, 조금은 혼내기도 하며 업었다. 목 앞에서 교차된 마른 손목을 보았다. 무언가로 결박되었다가 억지로 풀어낸 듯 발갛게 붓고 쓸린 상처로 가득한 손목. 짐짓 모른 척하며 재환의 목소리가 일러주는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신발장까지 지나쳐 집 안에 내려주자 재환이 뒤로 물러서 상혁을 집 안으로 이끌었다. 거절하지 않고 들어서니 최소한의 가구만 놓인 거실이 나타났다. 작은 소파 하나, 정규 방송이 끝나 지지직 소리를 내고 있는 텔레비전 하나. 황급히 티비를 끈 재환이 거실 옆에 딸린 부엌으로 향했다.

커피는 너무 새벽이라 안 드시겠죠? 녹차드릴게요-“

가끔 집을 들러 잔소리를 쏟아내고 사라지는 동생, 홍빈을 위해 녹차를 사다 놓길 잘했다 여기며 물을 올렸다. 휑한 거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상혁이 고개를 돌려 재환을 바라보며 끄덕였다.

저 오늘 하루만 여기서 자고 가도 될까요? 내일 또 병원 출근해야 하는데 집에 가면 눈 붙일 새도 없이 나와야 할 것 같아서.”

물론 거짓이었다. 손목 상처가 못내 신경 쓰여서, ….

 

잠에 들기 두려워하는 재환은 상혁이 곁에서 지키겠다 몇 번이나 약속한 후에나 침대에 몸을 뉘였다. 침대 옆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운 상혁은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 재환의 숨소리가 안정되고 나서야 몸을 조금 뒤척였다. 본래 수면보행증이라 하면, 잠에 들어 걸어 다닐 때 눈에 초점이 맞지않아야 하는게 맞았다. 몸은 깨어 있어도 뇌는 자고 있는 상태. 그러나 분명 거리에서 상혁이 마주했던 재환의 두 눈은 또렷한 시선으로 상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침대 하나 달랑 놓인 방에 딱히 눈을 돌려 구경할 것도 없어 몸을 옆으로 돌려 일으켰다. 침대 밑에 무엇인가 달빛을 받아 반짝 빛을 냈다. 손을 뻗어 더듬거려 그 것을 끄집어냈다. 이리저리 뒤틀려 모양이 틀어진 벨트였다. 그리 낡아보이진 않은데 망가진 벨트를 손에 쥐고 눈썹을 들어올렸다.

뭐야. 찾았네 내일 찾을 때 고생 좀 하라고 숨겨뒀는데.”

정수리 위로 목소리가 떨어졌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드니 어느새 재환이 잠에서 깨어 정좌를 하고 앉아 상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때문에 깬거에요? 미안해요. 별로 큰 소리 안낸 것 같은데…”

그냥 내가 깬거야. 이재환이 잠들었으니까.”

조금은 서늘한 시선. 아까 와는 다른 말투. 재환이 아니었다. 거리에서 마주쳤던 그 눈이었다.

…”

재환의 내역을 봤을 때, 재환은 어떤 사고를 겪은 적이 없었다. 몽유병 증세를 보여 병원은 찾기 전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병원을 찾은 적도 없었고.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내가 생겨났냐고?”

바쁘게 돌아가는 상혁의 머릿속을 꿰뚫어보는 듯 재환이 웃었다. 즐겁다는 듯 크게 터져 나오는 웃음에 상혁이 몸을 굳혔다. 침대에서 내려온 재환이 상혁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팔과 무릎으로 천천히 상혁의 얼굴 가까이까지 다가왔다. 날카롭게 노려보는 눈을 가만가만 들여다보는 재환의 눈이 잔뜩 휘어져 있었다.

걱정마. 이재환을 해치진 않아. 오히려 지키려고 내가 태어난거니까 말이야.”

지킨다고? 새벽에 그렇게 밖으로 나도면서?”

아아나도 바람은 쐬야 할 것 아니야. 그리고 지키는 것 맞아. 이재환이 워낙 등신 같아야 말이지.”

재환이 이죽였다. 매서운 상혁의 눈빛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기지개를 키며 일어나 다시 침대에 몸을 앉혔다.

너 때문에 나가지는 못할 것 같구. 내일 이재환한테 나에 대해 이야기 할거지? 한다면 그 좆 같은 벨트 좀 갖다 버리라 해. 그걸로 백 번 손목 묶어봤자 난 나갈거고, 아픈 건 손목뿐이라고. , 그리고 날 이재환이라 부르지는 마. 난 그 찌질한 새끼랑은 달라.”

그럼 뭐라 불러줄까.”

.”

재환, 아니 켄이 몸을 기울여 침대로 몸을 떨어뜨렸다. 끝까지 상혁의 눈을 마주하며 붉은 입술을 끌어올려 미소 지었다. 잘자- 한 선생. 두 눈이 감기고 다시 한번 재환이 고른 숨을 내쉬었다.

 

상혁은 벽에 기대어 앉아 잠에 빠진 재환을 바라보았다. 해가 뜨고 밝은 빛이 재환의 얼굴에 내리쬐었다. 몸을 일으켜 커튼을 치려는데 재환이 눈을 번쩍 떠내며 몸을 일으켰다. 악몽이라도 꾼 것일까 싶어 상혁이 재환을 돌아보았다.

악몽이라도 꿨어요?”

….이네….”

주변을 황급히 살피던 재환이 상혁의 얼굴을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눈을 뜰 때마다 어느 낯선 곳에 놓여 있을까 가슴 졸여왔을 재환이 보여 상혁은 손에서 밤새도록 놓지 못한 벨트를 움켜쥐었다.

 

상혁은 재환을 병원으로 이끌었다. 영문도 모르고 상혁의 방에 앉은 재환이 서적을 뒤적이는 상혁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재환씨. 혹시 집 안에 물건이 없어진다거나, 아니면 위치가 달라진다거나. 한 적 없어요?”

있어요집에 있던 물건들이 없어졌어요. 버리려고 모아둔 거긴 한데화병같은 게 부셔져 있기도 하구…”

그게 언제에요?”

세달 전쯤? 그런데 동생이 버렸을 수도 있어요. 가끔 집에 들리거든요. 물어보진 않았지만 동생일거에요.”

재환씨. 내 생각에 재환씨 증상, 몽유병이 아니에요.”

?
해리성 정체장애.”

상혁을 바라보는 재환의 입술이 멍하니 벌어졌다. 그 앞에 몸을 낮추고 앉은 상혁이 재환의 부은 손목을 붙잡았다. 상처를 들켰나 싶어 손목을 빼려 하는 것을 힘을 주어 잡아챘다.

단순한 몽유병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아무리 벨트로 묶어도 나갔던 거야. 내가 어제 만났어요, 그 사람. 재환씨 안에 있는 사람. 그러니까 말해봐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 사람이 당신을 지키려 나타나야만 했는지

연인이 있었어요... 헤어진 이후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

 

재환은 작은 캐리어를 이끌고 상혁의 집으로 들어왔다. 켄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으나 입원을 할 경우 밤마다 대화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했기에 재환을 설득했다. 재환은 상혁이 있으면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말 하나에 쉽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켄이 깨어날 경우 밖으로 나가는 것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침대 한 켠에 재환을 누였다. 서로 침대에 누우라며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함께 침대에서 자기로 했다. 재환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눈을 감고 잠에 빠진 척 하고 있던 상혁은 옆에서 들리는 바르작 소리에 눈을 떴다.

무슨 생각이야?”

켄이 상체를 일으키며 상혁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진한 눈썹을 잔뜩 구겼다.

널 알아낼거야. 알아내서 없앨거야. 재환씨는 네 존재를 두려워하거든.”

이재환이 병신 같이만 굴지 않으면 알아서 사라져줄텐데.”

그래서 묻는 말인데, 이유가 뭐야. 재환씨는 그냥 연인과 헤어졌다고만 했어.”

그렇게 말해? 이재환이?”

켄이 한쪽 입술을 끌어올렸다. 비뚤어진 웃음이 웃고 있는 얼굴과는 달리 화가 나 보여 상혁은 가만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 손등 위로 겹쳐지는 손을 보면서도 켄은 내치지 않았다. 눈빛이 오묘하게 변했다.

그 새끼는 개새끼였어.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 새끼. 매번 주먹을 휘둘렀어.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 있으면 잘 자던 사람도 깨워서 죽도록 패고, 강간하고. 이재환은 병신같이 사랑한다면서 받아줬지. 그것도 사랑이라고. 헤어지던 날 그 새끼가 이재환 죽이려했어. 강간하면서 목을 졸랐거든. 이재환은 모르겠지. 목 졸렸던 그 순간 그 기억은 내꺼거든.”

그 기억 때문에 니가 생겨난 거구나.”

그래. 이재환은 여린 애야. 가뜩이나 지속적인 폭행으로 약해져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한테 죽임 당할 뻔 해봐. 진작에 죽어버렸을걸.”

시종일관 날을 세우고 있던 켄의 눈이 순간 조금 누그러졌다. 본래의 인격을 죽이고 몸을 차지하려 하는 여타 다른 인격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본래의 인격이 상처받아 무너질 것을 염려해 그 상처를 모두 가두려는 인격. 상혁은 아무것도 모르고 또 다른 인격을 두려워하는 재환도, 또 다른 자신에게 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켄도 안타까웠다. 겹쳤던 손을 돌려 깎지를 껴 잡았다.

널 완전히 드러내. 해치려는 게 아니라고.”

그랬다간 내가 애써 감추려는 기억까지 알게 되고 말거야. 무너지는 꼴 보기 싫다니까.”

언제까지 모르게 둘 건데. 약하다고 감싸기만 하면 단단해지질 못할 뿐이야. 내가 곁에 있을 테니까.”

“…..잘 모르겠어.”

켄은 제 손을 잡은 상혁의 손을 보았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딱딱한 벨트 대신에 크고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 이 손이면 재환이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싫어 두 눈을 감았다.

잘래. 자야겠어. 나도, 이재환도.”

 

햇살이 눈이 부셔 눈을 떴다. 얼마만에 긴 시간 푹 잔 건지, 상쾌한 기분에 재환이 팔을 쭈욱 뻗어 기지개를 켰다. 머리 위로 쭉 뻗어지는 왼손과는 달리 오른손은 무엇인가에 잡혀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제 손을 소중히 잡은 커다란 손과 가까이에 붙어 평온한 숨을 내쉬고 있는 상혁의 얼굴. 재환은 잘만 쉬고 있던 숨을 멈추었다. 마주 닿은 손으로 같은 속도로 뛰는 맥박이 느껴졌다. 쿵쿵. 심장이 시끄럽게 귀를 울리고 혹여 그 소리에 상혁이 깰까, 재환은 두 눈을 꼭 감으며 시트에 얼굴을 숨겼다.

 

-

 

상혁은 부족한 잠에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밤마다 켄과 대화를 했고 낮 동안은 재환과 대화를 했다. 재환은 수줍음이 많고 자존감이 낮았다. 지속적인 폭력 때문인 것 같았지만 상혁은 그 모든 것을 알고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반면, 켄은 자존심이 강했다. 자의식도 높았고, 본래 인격인 재환을 애틋하게 여겼다. 밤마다 두 손을 마주잡고 재환이 잠이 들면 그 손가락을 장난스레 깨물며 켄이 깨어났다.

이젠 조금 혼란스러워.”

뭐가?”

널 정말 지워야하는걸까?”

난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허상같은거야. 좀 더 건강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 없어지는 게 맞는 거지.”

니가 사라지면 재환씨는 다시 약해지지 않을까?”

“….니가 있잖아. 이재환 옆에 이젠 니가 있잖아. 너 이재환 좋아하잖아. 아냐?”

“…. 내가 좋아하는 게 이재환인지, 켄 너인지 모르겠어.”

내가 이재환이고 이재환이 나야.”

“…”

 

최면치료실로 재환이 들어섰다. 어둑한 방 한 가운데 놓인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

손톱 깨물지 말아요.”

뒤따라 들어온 상혁이 익숙하게 손을 잡아 내리며 마주 잡았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게 되면서 조금 통통하게 올라온 뺨이 귀여워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평소라면 도톰한 입술을 삐죽이며 그 손을 잡아내릴텐데 재환은 눈물 때문에 반질해진 눈으로 상혁을 올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무서워요?”

아니.. 켄은 사라지는 건가요?”

그렇게 되겠죠. 다행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무서워했잖아. 또 다른 인격을.”

그치만, 날 해치려 하지 않는다면서요. 날 지키려고 생겨난 존재라고난 만날 수 없는 존재지만, 그래도 날 위해 살아준 사람인 거잖아요미안해서요.”

어쩔 수 없어요. 몸은 하난데, 두 사람이 함께 살면 몸이 견디기 힘들어질거야. 인사는 내가 전해 줄게요.”

…”

곧 최면이 시작되었다. 좌우로 오가는 추를 바라보던 재환은 스르륵 눈을 감았다. 켄이 지우려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스스로 목을 움켜쥐며 우는 재환을, 상혁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 이겨내야, 켄이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을 테니까. 한참을 울부짖던 재환이 제 목을 움켜쥐던 손을 떨어뜨렸다. 몇 번을 손가락을 튕겨도 깨어나질 못하는 재환에 상혁은 추를 내려놓고 눈물에 젖은 뺨을 닦아주었다. 무겁게 닫혀 있던 눈이 조금씩 떠졌다.

재환씨. 재환아.”

이겨내겠지? 니가 곁에 있어준다면.”

…”

안심하고 사라질 수 있어.”

재환씨가, 미안하다고…”

. 다 듣고 있었어. 그것 봐. 이재환 등신 같다니까. 착해빠져가지고, 난 이 몸에 붙어사는 기생충 같은 존잰데, 왜 나한테 미안해 해.”

아니야. 고마워. 덕분에 살아남았잖아. 재환씨가. 덕분에 나랑 만날 수 있었잖아.”

켄이 손을 뻗었다. 매일 밤 마주잡았던 것처럼 두 손을 빈틈 없이 붙여 잡았다. 느리게 깜빡이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고마워. 안녕. 사르르 감긴 두 눈 위에 입을 맞추었다. 빨갛게 손자국이 나버린 목을 쓰다듬으며 살며시 벌어진 입술에도 입을 맞추었다. 영원히 잠들 켄을 위해, 스스로 이겨내고 깨어날 재환을 위해.

, 소리를 내며 입술이 떨어지고 재환이 눈을 떴다. 갔죠? 묻는 재환의 목소리가 떨렸다.

들었어요. 마지막 인사하는 거. 켄이, 인사하고 떠나는 거, 들었어요.”

행복하라고무게를 더해가던 눈물이 뺨을 따라 떨어져내고, 재환이 미약한 숨을 내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조금씩 떨리는 손을 상혁이 꼭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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