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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metry
만지거나, 보거나, 듣고 그것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초능력.
0.
노란 띠를 황급히 젖히며 뛰어나온 학연이 가로등을 붙잡고 허리를 숙였다. 차 안에서 문 경위와 급하게 먹었던 삼각김밥을 모조리 토해내고 나서도 한참을 헛구역질을 했다. 뒤로 다가와 등을 두들기는 문 경위의 안색도 파리했다.
"누굴까요, 대체."
"모르지. 똑같아. 난도질 당한 여성 시신과 그 옆에 놓인 소독된 칼. 저걸 감식해봤자 아무것도 나오지 않겠지. 지문도 없을거고. 발자국도 없을거야."
"진짜 끔찍하잖아요. 벌써 10번째인데 아무런 단서도 못 찾는다니. 이런 꼴 보려고 경찰대 나와서 경찰된 게 아닌데."
학연이 벌겋게 달아오른 눈을 부라렸다. 그 시선 끝 문 경위도 별다른 수 없이 입술을 씹으며 고개를 모로 틀었다.
연쇄 살인이었다. 10명의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했고, 이 모든 일은 고작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길게는 사흘, 짧게는 하루의 간격을 두고 시신이 발견되었다. 피해자는 모두 40~50대의 여성이었으며 얼굴과 가슴을 수십번 찔려 살해 당했다.
나쁜 놈들을 모조리 철창에 가둬주리라. 호기로운 다짐과 경찰대 수석 졸업이라는 프라이드로 똘똘 뭉친 학연은 끔찍한 시신들 앞에 무기력해졌다. 이제 고작 경장인 학연은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한 순간 어머니를, 딸을, 아내를, 혹은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잃은 자들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주먹을 쥘 뿐이었다.
11번째 희생자는 언제 나타날까. 내일? 모레? 이번에야 말로 꼬리를 잡겠어. 11번째 희생자가 나타나기 전에. 내가 먼저 발견하겠어. 그 싸이코 새끼를 내가. 내 손으로.
그러나 10번째 희생자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다. 끔직한 시신과 싸이코의 만행으로 시끄럽던 뉴스는 어느새 잠잠해졌고, 사람들은 점차 연쇄살인의 공포에서 벗어나 잊어갔다. 다만, 잠든 사건 파일을 때때로 펼쳐보는 몇몇의 경찰들만 기억할 뿐이었다.
경장이었던 학연이 경감이 된 5년 후, 11번째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쓰고는 싶은데 쓸 용기는 없고...
일단 넘 쓰고 싶어서 질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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