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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metry
만지거나, 보거나, 듣고 그것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초능력.
2.
그건 그렇네. 학연이 고개를 주억였다. 아랫입술을 부풀린 원식이 전화가 걸려왔던 지역을 추스리는 사이 학연이 차를 산 입구에 세웠다.
산 입구에 서서 학연을 기다리던 상혁이 학연을 발견하고 다가섰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경감님. 이 쪽으로."
상혁을 따라 산길을 조금 걸어올라갔다. 5분도 채 오르지 않아 사람들이 오가는 올레길 바로 옆, 노란 팬스가 요란하게 쳐져있고 경찰들이 모여 웅성이고 있었다. 사람들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시신을 바라보았다. 크게 뜨여져 채 감기지 못한 눈. 목에 깊게 찔린 상처와 얼굴, 가슴 등을 찢어놓은 수 많은 자상. 상혁은 오래 보고 있기 힘든 듯 금새 등을 돌려 팬스 밖으로 나섰다.
"선배."
학연이 먼저 나와 현장으로 향하는 동안 차에 남아 걸려온 전화를 추적하던 원식이 다가섰다.
"연락 닿았습니다. 서로 나오시라 전할까요?"
"...아니. 우리가 가자. 지금."
시신을 향해 터지는 플래시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급한대로 휴대폰을 꺼내 시신과 시신 옆에 당연스레 버려진 흉기를 촬영했다. 명도 짙은 얼굴을 조금 하얗게 칠하고선 학연과 원식은 다시 차로 향했다.
"어디가십니까?"
그런 학연과 원식을 상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따랐다. 대충 손만 휘휘 젓는 학연을 대신해 원식의 상혁의 어깨를 잡아 다시 현장 방향으로 돌렸다.
"전에, 전화왔었어. 11번째 희생자가 나타날거라는. 그 사람 만나보려고."
"그럼 혹시 범인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저도 갈래요!"
"그래. 범인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안돼. 여기 남아서 현장 상황 보고 실시간으로 해줘."
"그러니까 저는 미래의 강력반..."
"그래. 그러니까 우리 업무 수행을 도와 현장 보고 해달라고. 하나도 빠짐없이."
"...넵. 알겠습니다."
억울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상혁이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며 원식이 차에 올랐다. 휴대폰을 몇 번 두들기다 어디로 향해야 하냐고 묻는 학연을 돌아보았다.
"서울시 중구. 그 쪽에서 먼저 적당한 카페를 찾아 자리 잡고 있겠답니다."
한 대형 프렌차이즈점 앞에서 자동차가 멈췄다. 뭐가 그리 급한 지 차가 멈춤과 동시에 문을 열고 나가는 학연을 보며 원식은 고개를 저었다. 그 뒤를 따라 카페로 들어가며 휴대폰을 켜 전화를 걸었다. 2층 구석에서 단정한 뒷통수가 전화를 받았다. 성큼성큼 다가서서 어깨를 두들기니 화들짝 놀란 눈이 학연을 돌아보았다.
"강력반 경감 차학연입니다."
"경위 김원식입니다."
인사를 건네며 남자의 앞에 앉았다. 생각보다 더욱 어린 얼굴이었다. 햇빛을 보는지 마는지 새하얀 얼굴에 갈빛으로 가라앉은 머리칼. 같은 빛깔로 빛나는 동그란 동공은 두려움으로 젖어있는 듯 했다.
"저, 저는 재환이에요. 이재환."
오물거리는 도톰한 입술을 신기하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자니 재환이 뾰족한 귀를 한번 움찔 떨었다. 관찰하는 듯한 시선은 제 어깨를 두드리는 학연에 의해 흩어졌다.
"뭐해. 파일 좀 꺼내보라니까."
"아, 네."
노트북과 겹쳐 들고 있던 파일을 학연에게 건네자 학연은 파일을 펼쳐 재환에게 건넸다.
"10번째 희생자 까지의 사건 파일입니다. 어떻게 11번째 희생자를 예측했습니까? 혹 범인과 관계있습니까?"
"아, 아뇨.. 저는..."
재환이 당황한 듯 두 눈을 굴렸다. 비지땀을 흘리는 것이 보여 원식은 재환을 향해 잔뜩 밀어진 파일을 제 쪽으로 당겼다.
"추궁하는 것이 아닙니다. 5년 만에 다시 시작된 살인에 저희들도 조금 놀라서 그런 것이니 양해해주시기바랍니다. 그러니까... 11번째 희생자는..."
"안 믿으실 수 있겠지만. 미리 봤어요."
"...예?"
학연의 반듯한 미간에 주름이 갔다. 불안하게 꼼질 거리는 손 끝에 멈춰있던 시선이 재환의 얼굴을 향해 날카롭게 떠올려졌다. 움찔. 뾰족한 귀가 다시 한번 움직였다.
"시, 신문기사를 봤을 때, 보였어요. 11번째 희생자가. 너무 끔찍해서 금방 눈을 감아버리는 바람에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분명 그 사람. 목에 찔린 상처때문에... 죽었죠?"
그것은 사실이었다. 언뜻 보아도 목에 난 상처는 얼굴과 가슴에 난 다른 상처에 비해 깊어보였고 목에 흐르는 동맥을 끊는 것이 가장 쉬었을테니. 그런건 이전의 사건에 관한 기사만 읽어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리라. 학연은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11번쨰 희생자가 나타날 것이란 걸 어찌 알았느냐 였다. 학연이 손을 깍지 껴 잡으며 재환을 향해 상체를 낮췄다. 속일 생각일랑 하지 말라는 듯 재환을 쏘아보았다.
"그러니까. 신문 기사를 보는데 초능력처럼 미래 일이 보였다?"
"네. 맞아요."
"하, 참나."
"정말이에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사람이나 물건을 보거나, 만지거나, 들으면 과거나 미래같은 이미지가 보여요.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학연의 시선에 주눅이 든 듯 재환의 고개가 숙여졌다. 꼬물대던 손을 입가로 옮겨 물어뜯으려 하기에 원식이 그 손을 잡아내렸다.
"믿을 수 있게끔, 우릴 설득해봐요. 그 뭐냐. 사이코메트러가 있다는 건 영화같은 걸 봐서 알지만 그게 당신이라고 우리가 믿을 수 있게."
학연보다는 부드러운 시선을 보이는 원식에 재환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식씨는... 동생이 있네요? 동생을 지키기 위한 경호원이 되고 싶어했구요. 경찰이 된 것도 동생을 위해서네요? 제복을 동경하는 동생을 위해서. 뭔가...귀엽다. 이유가."
원식의 어깨너머를 바라보던 재환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경호원이 되고 싶다던 애가 경찰대로 진학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장난섞인 학연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던 원식이 얼굴을 붉혔다.
"뭐야. 그거였어? 별 시덥잖은 이유로 경찰된거네? 이러니 포부같은 게 없지."
학연이 혀를 찼다. 그러자 재환이 학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살짝 고개를 갸웃거려보다 학연의 뺨을 향해 손을 올렸다. 뺨에 닿는 동그란 손 끝에 학연이 얼굴을 굳혔다.
"...경찰로서는 힘들지 않아요?"
"무슨 말인지."
".....다리..."
"됐습니다. 이만 하면"
재환의 말을 학연이 끊어냈다. 원식 쪽으로 당겨져 있던 파일을 다시 재환에게로 민 학연이 파일을 보라는 듯 눈짓을 했다.
"한번 잘 보십시오. 10번째 희생자까지의 사건 파일."
재환이 학연과 원식의 얼굴을 한 차례씩 올려다보고 떨리는 손으로 사건 파일을 펼쳤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첫번째 희생자. 그 뒤엔 두번째, 세번째... 파일을 넘기는 재환의 손이 점차 느려졌다. 실존하는 것 너머의 무언가를 보는 듯한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학연은 멈추지 않았다. 떨리는 재환의 손을 잡아채 제 휴대폰을 쥐어주었다.
"이게 오늘 발견된 11번째 희생자."
"흐윽..."
결국 울음이 터졌다. 휴대폰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손을 힘을 주어 욱여잡는 학연에 원식이 다급하게 재환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덜덜 떨리는 어깨를 감싸 안으며 울음을 삼키는 얼굴을 제 어깨에 숨기도록 했다.
"선배. 일반인이에요. 왜 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적나라한 시체 사진을 자꾸..."
학연을 향해 원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옷자락을 쥐어오는 손이 안타까웠다.
"아니...아니에요...사진이 두려운 게 아니고..."
"네?"
"남자가... 웃어요... 아주...아주 예쁘게....흐윽....손에는... 칼...일반 칼이 아니에요. 식칼보다 길고, 가늘고..."
"이재환씨"
"히익, 손을 들어요, 흐윽, 이제, 이제 죽을거야, 으으, 죽어요, 흑"
어깨에 걸쳐진 턱이 덜덜 떨렸다. 허공을 향해 크게 뜨여진 두 눈을 손을 들어 가렸다.
"그만. 그만 봐요. 이제 됐어."
원식이 재환을 달랬다. 파일을 덮어 정리한 학연이 휴대폰을 제 주머니에 넣으며 한숨지었다.
"무섭겠지만, 또 염치없는 말이지만, 우리 좀 도와줬으면 합니다. 이재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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